2025년 2월 4일(화)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2025년 2월 3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미국에서 추방된 불법 체류자와 범죄자들을 국적에 상관없이 엘살바도르의 교도소에 수용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엘살바도르가 미국의 교도소 시스템 일부를 아웃소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들만 우리의 거대 감옥에 수용할 의향이 있다"며, 이를 통해 엘살바도르의 교도소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수료를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 제안에 대해 "엘살바도르 정부가 내놓은 관대한 제안을 정부가 검토할 예정"이라며, "미국의 범죄자를 추방하는 것에는 법적 문제가 있다"고 언급하고 "미국에 있는 가장 위험하고 폭력적인 이들 중 일부를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아웃소싱하겠다는 의견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엘살바도르는 2022년부터 강력한 갱단 척결 정책을 시행하며, 국가 비상사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부켈레 대통령의 제안은 미국의 교도소 수용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엘살바도르의 교도소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제안이 실제로 이행될 경우, 자국민 추방을 금지하는 미국 국내법이나 이주민 권리를 규정한 국제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어,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내 최대 라틴계 단체 라틴아메리카시민연맹(LULAC)의 로만 팔로마레스 의장은 CNN에 "추방당한 비(非)범죄 이민자들을 출신지와 관계없이 이 나라에서 저나라로 옮겨질 수 있는 가축처럼 다루는 것에 반대한다"며 "그들은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엘살바도르의 좌파 계열 정당 파라분도 마르티해방전선(FMLN)의 마누엘 플로레스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무엇인가? 뒷마당? 앞마당? 쓰레기 처리장?"이라고 반문했다.
로이터는 법적으로 미국 시민권자들은 미국 바깥으로 추방할 수 없다는 점도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 국무부 홈페이지는 엘살바도르 교도소 환경이 '혹독하며 위험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무부는 "과밀화는 수감자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많은 시설에서 위생, 식수, 환기, 온도조절, 조명에 대한 조치가 부족하거나 전혀 없다"고 기술했다.
CNN은 이 거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엘살바도르법이 갱단원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구별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2019년 집권 후 부켈레 대통령은 대대적인 갱단 소탕 작전으로 치안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켈레 정부는 2022년 3월부터 국가 비상사태를 연장해 7만5000명이 넘는 폭력배를 체포하기도 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투자한 것으로도 유명한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압도적인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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